정영록 [email protected]

가변폰트(Variable Font)란

가변폰트는 변경 가능한 속성을 가진 단일한 폰트 파일입니다. 폰트의 너비나 두께, 기울기 등의 값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조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기존의 폰트는 굵기를 달리해서 light, medium, bold 혹은 100, 200 … 900과 같은 식으로 각각 추출해 별개의 폰트 파일로 생성되었습니다. 사용자가 light와 medium 그 사이 어디쯤의 굵기로 폰트를 쓰고 싶다면, 애초에 폰트 제작사에서 그 굵기로도 폰트를 제작했어야만 가능한 거죠. 하지만 가변폰트를 사용한다면 사용자는 굵기를 직접 조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변폰트에서 지원하는 가변 속성을 '축(axis)'이라고 부르고, 보통 이 축을 조절할 수 있는 UI로는 '슬라이더'*가 제공됩니다. 가변폰트를 사용하면 전체 폰트 파일의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폰트를 다운로드받거나 웹 폰트로 첨부하거나 프로그램에 내장하기에 훨씬 가볍습니다.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 대응해 폰트 속성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가변폰트는 박제된 산출물이 아니라, 변용이 가능하고 확장성을 갖춘 도구입니다. 폰트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고, 사용자에게 폰트를 통한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줄 수도 있습니다.

<aside> 💡 *슬라이더는 볼륨 조절바와 같은 형태의 UI 컨트롤러를 말합니다. light, medium, bold처럼 딱딱 정해진 값이 아니라, 어떤 범주 내의 값을 선택하고자 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니 가변폰트의 축을 자연스럽게 슬라이더에 연동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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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랑의 가변폰트

가변폰트의 표준 축으로는 다섯 개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두께, 너비, 기울임, 이탤릭, 광학 크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표준'의 기준이 되는 것은 로마자, 그러니까 A, B, C...와 같은 알파벳입니다. 로마자와 한글은 글자의 공간을 채우는 방식과 균형이 같지 않습니다.

로마자가 1차원 줄 위에 선형으로 글자를 배열한다면 동아시아 문자들은 2차원 칸을 한 칸씩 채워 가는 공간 관념을 가졌다.

유지원, 《글자 풍경》, 을유문화사, 99쪽.

로마자는 1차원의 공간에 선형적으로 그려지는 글자라면, 한글은 2차원의 공간에 여러 개의 자소를 모아서 채워 넣는 글자입니다. 가로로 나열되는 로마자와 달리 한글은 정해진 크기의 공간에 'ㄱ'과 같이 단순한 글자부터 '뻃'처럼 복잡한 자소의 조합까지 담긴다는 특징이 있죠. 글자의 무게 중심이나 배치 또한 사뭇 다릅니다. 한글 가변폰트를 만든다면 앞서 말한 다섯 개의 축만으로는 글자의 가변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 폰트를 만들 수 있는 글자랑에서 "무엇을 '축'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어떤 패널에 어떻게 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글자랑을 기획하며 한글의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축을 도입하고, 슬라이더 외에도 축과 잘 연동할 수 있는 UI를 고민해보았습니다. 몇 개의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정렬 기준선

로마자에서 글자를 배치할 때는 보통 글자의 아랫부분을 기준으로 정렬합니다. 이 선을 'baseline'이라고 부르고요. 대문자 높이는 'ascender line'에, 소문자 높이는 'x-line'에, g, p, j처럼 아래로 내려오는 선의 끝은 'descender line'에 맞춥니다. 이렇게 했을 때 글자가 안정감 있게 나열되는 것이죠.

반면 한글은 원래 세로로 써 내려가던 글자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글자를 가로로 쓰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다 보니 글자의 기준선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글꼴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한글의 조형미를 살리면서 균형을 잡아주는 공간의 구조를 설계하려 합니다. 글자랑에서는 기준선의 위치를 옮겨보면서 나열된 글자들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도록 UI를 마련했습니다.

기울임

로마자에서 글자를 기울이는 것이 세로축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었다면, 한글의 2차원 글자 공간에서는 세로축과 가로축을 모두 조절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자를 밀고 당기고 눕히고 세워보며 글자의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만들거나 속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반응형 자음

글자랑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축'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반응형 자음'입니다. ㅊ, ㅇ, ㄹ의 곡률을 축으로 정의해서 그 값을 정해두면, 자모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그 비율에 맞게 곡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율에 따라 곡률이 달라지도록 할수도 있습니다.